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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리뷰/추천 3] 채식주의자, 한강 (B205) |
|---|---|
| 글쓴이 | 고흐냑 (50.71.166.147) |
| 날짜 | 2020-10-29 |
| 조회수 | 460 |
채식주의자, 한강 (B205)
맨 부커 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이 소설은 세 권의 독립된 중편이 어우러져 장편을 이루는 구조다.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꾼 이후로 육식을 철저히 거부하는 영혜와 야위어 가는 영혜를 말리는 가족들 간의 대립을 치밀히 묘사한 [채식주의자],
처제의 지워지지 않은 몽고반점에 예술혼과 욕정을 품게 된 형부의 예술 추구와 일탈, 영혜의 새로운 자각과 언니의 발견으로 인한 파국으로 구성된 [몽고반점],
이상을 향해 죽어가는 영혜와 그런 영혜를 병원에 가둔 언니가 영혜를 통해 자신의 인생의 굴레를 느끼게 되는 내용을 그린 [나무 불꽃] 이 어울리며 충격과 자각을 던져준다.
일반인 눈으로 보면 눈에 거슬리는 기이하고 미친 경우가 등장한다. 육식을 극도로 거부하여 말라가는 영혜, 예술에 대한 욕망 끝에 윤리의 선을 넘어서는 형부, 좋아하는 무늬와 자각을 위해 섹스를 마다하지 않는 영혜.
과연, 이들만 기이하고 미친 걸까?
육식을 거부하는 딸을 살린다는 사명감에 따귀를 갈기고, 입에 고기를 억지로 처넣는 아버지, 비정상을 규정한 후 가차 없이 제압하고 정신병원에 가두는 가족, 장녀로서 생존본능에 입각해 성실함이라는 굴레에 스스로 갇혀 평생을 절제 속에 자신의 삶을 양보한 채 살아온 언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이들의 삶이 과연 정상이라 할 수 있을까?
기이하지만 이토록 목숨마저 건 간절한 바람의 몸부림을 내 입맛에 맞게 재단하고 나아가 금지시키는 우리의 모습 역시 영혜를 가둔 정신병원 같이 기이한 폭력의 또 다른 이름은 아닌 지 섬뜩함을 느낀다.
심리학자인 M. 스캇 펙은 그의 명저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진정한 사랑은 상대가 발전하도록 기꺼이 돕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런 목적을 가진다 해도 행위에 있어 내 기준에 상대를 맞추려 한다면 이는 집착일 뿐이며, 이의 결과는 파국이다.
죽어가는 영혜를 보며 언니는 후회 속에 과거를 곱씹어 본다. 때리는 아버지를 말렸으면 어땠을까? 동생의 결혼을 말렸으면 어땠을까? 나도 그와 결혼을 안 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이는 결과와 상관없이 과거 집착의 결과에 대한 후회가 아니었을까?
Diversity의 중요성이 바로 이것 아닐까?
진정 사랑한다면, 내 눈에 안차고, 내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고 응원하고 도움을 원할 때 적극적으로 돕는 게 어떨까.
가족 간. 친구 간. 직장동료 간. 사회 등 모든 국면에서 집착을 거부한다. 스캇의 주장대로 집착 대신 상대의 발전을 돕는 사랑을 택하자.
